하얗게 질려 휘청하는 지훈을 붙잡은 다니엘이 안색을 살폈다.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할까. 어떻게 말해야 이해할까. 작게 한숨을 쉬고 지훈을 서재 소파에 앉혔다. 일단 앉아. 다쳤잖아. 소파에 앉으면서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버버 하는 지훈에 다니엘이 뺨을 쓰다듬었다. 헤어지자더니, 결혼 축하한다더니. 제 뺨을 쓰다듬는 손길도 피하지 않고 가만 제 얼굴을 바라...
마지막 줄을 읽고 또 읽었다. 피앙세, 일년 전부터 약혼 이야기.. 제가 다니엘을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났다. 그게 일년 좀 안됐으니까. 에르메스 매장에서 본 여자는 키가 컸고 모델처럼 늘씬했다. 긴 웨이브 머리를 깔끔하게 묶고서 카랑한 목소리로 다니엘을 불렀다. 다니엘의 팔짱을 끼고 들어오던 모습이 떠올라 지훈은 양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런 기분을 언제...
지훈은 얼굴 한가득 눈물 콧물을 쏟으며 병원이 떠나가라 우는 아이를 힐끔 쳐다봤다. 입까지 흐르는 콧물에도 아랑곳 않고 진료실에 들어가기 싫다며 우는 아이를 보다 마스크 속 제 코를 훌쩍- 들이켰다. "아 미친 콧물." 흐르는 콧물을 삼키며 지훈은 주변을 휘 둘러봤다. 학교 근처 늘푸른 소아과에는 병원 이름답게 소아들만 가득했다. 뾱뾱 거리는 신발을 신고 ...
지훈은 제 이마에 가볍게 닿았다 떨어지는 입술에 조용히 눈을 떴다. 침대 옆자리의 따스한 온기가 채 사라지기 전에 눈을 뜬거 같은데 옆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다니엘은 대체 몇시간 자는걸까. 끝을 보듯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다니엘에 정신을 잃고 까무룩 잠이 들면 다니엘은 저를 깨우지 않고 출근을 했다. 사랑을 나누지 않을 때엔 저를 재우고 책을 읽다 자는 것 ...
혹여 지훈을 마주칠까 싶어 일부러 지훈이 올 일이 없는 먼 동네에서 만난 두 사람. 다니엘이 들어오는 주인 아주머니를 보고 먼저 인사를 하자 가만히 쳐다보던 아주머니는 용케도 다니엘을 기억해 냈다. 무례할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왜 가게를 내놓았는지 묻자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아 고향으로 돌아간다 했다. 어쩔 수 없이 가게를 내놓았다는 말에 다니엘이 고개를 ...
환한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아침에도 해가 들지 않는 제 창고와는 다르게 침대 안쪽까지 따뜻한 햇살이 들어 지훈은 단숨에 이곳이 제 방이 아님을 깨달았다. "잘 잤어요?" 언제 왔는지 제 머리맡에 향이 진한 커피를 내려두고는 침대에 걸터앉는 다니엘에 지훈이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죄송해요.. 제가 어제 잠이 들었나봐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는 지훈에...
촉- 가벼운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입술에 지훈이 천천히 눈을 떴다. 온도가 오르는 뺨에 가만 잡고있던 옷자락을 슬그머니 놓고서 저를 빤히 쳐다보는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이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보고싶어서.. 궁금해서 왔어요.." 고개를 숙인채 맞잡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조용히 중얼거리는 지훈에 다니엘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나지막히 얘기하는 지훈...
지훈은 불 꺼진 어두운 카페에 앉아 제 입술을 천천히 만지작거렸다. 간간히 지나가는 차에서 나오는 헤드라이트만이 가게 안을 비추었다. 미쳤어 박지훈! 제 머리를 쥐어뜯다 입술을 만지작거리다, 테이블에 엎드려 발을 동동 굴렀다. 무언가에 홀린 듯 뒤를 돌아 다니엘에 걸어갔더랬다. 살짝 까치발을 하고서, 다정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다니엘의 입술에 쪽. 그리...
양 팔 가득 우유팩을 안고 걷던 지훈이 황후상 광장에 멈춰섰다. 약간은 습하면서도 선선하게 부는 바람에 이마에 약하게 맺힌 땀이 식어갔다. 지훈은 광장 한쪽 벤치에 우유를 내려놓고 앉아 휘 주위를 둘러보다 길 맞은편에 우뚝 선 HSBC 건물을 올려다봤다. 분명 제가 알기론 (그래도 홍콩 생활 짬밥 3년) 저건 은행건물인데. 제 주머니 속에서 꼬깃한 20달러...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관람차 안을 두리번 거리는 지훈에 다니엘은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무섭지 않은 척, 바람에 조금씩 흔들릴때마다 움찔거리는 어깨가 귀여웠다. 웃음을 참는 얼굴을 흘깃거리는 지훈에 큼, 헛기침을 한 다니엘이 무표정을 했다. "홍콩에 온지는 1년이나 됐는데. 이런건 처음이네요" 밖에 펼쳐진 야경을 가만 보다 다니엘이 입을 열었다. "유럽부...
글 쓰는 지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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